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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된 틀, 교회 떠나게 만들어…‘포용의 공동체’ 절실

공수거 2013. 11. 30. 14:46

 

강요된 틀, 교회 떠나게 만들어…‘포용의 공동체’ 절실
[기획]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 ③
윤화미(hwamie@naver.com) l 등록일:2013-11-24 13:39:30 l 수정일:2013-11-26 16:16:45
본지는 2013년 ‘한국교회, 다시 희망을’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한국교회가 풀어가야 할 주요 현안들을 매월 기획특집 기사를 통해 다루기로 했다. 11월에는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각 교단들의 교세 통계를 통해 개신교인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들을 단지 ‘믿음이 약한 자’ 혹은 ‘구원의 확신이 없어서 방황하는 불쌍한 영혼’ 즈음으로 단정 짓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과 배경을 살펴보고, 어떠한 시각을 갖고 대처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기로 한다. 
 
▲강요받는 제도, 권위가 싫어 교회를 떠난 사람의 77%는 '올바른 목회자가 있고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교회라면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성 교회의 건강한 공동체성 회복과 목회자의 자기 갱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뉴스미션

교회를 떠난 사람들을 붙잡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은 교회가 이들을 다시 품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것은 현재 교회 안에서 잠재적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교회가 거대한 시대 변화를 자각하며 대안을 마련하고, 피나는 자기 갱신에 뛰어든다면 위기는 오히려 다시 일어설 기회로 바뀔 수 있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신앙을 포기한 것은 아냐”

교회를 떠나는 사람의 상당수는 자신이 ‘단지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일 뿐, 기독교 신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신앙은 있지만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 또는 교회 시스템이나 목회자가 싫어 제도권 교회를 등진 이른바 ‘가나안 성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교회를 떠난 이들 중 77.1%는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현재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는 않지만, 더 나은 교회나 공동체를 찾아 신앙생활을 지속하고 싶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음에 맞는 교회를 찾지 못한 경우 일부는 아예 교회를 등지거나, 일부는 인터넷으로나마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또 일부는 그들만의 신앙공동체를 만들어 자유로운 형식의 예배를 드리며 만족함을 얻는다.

이러한 경향은 교회를 떠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교회 안에서도 잠재적인 ‘가나안 성도’가 존재한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강요적인 제도와 권위, 신앙과 삶이 다른 목회자와 교인들의 태도에서 신앙생활의 회의를 느끼며 여러 교회를 동시에 출석하는 교인들도 있다.

이들은 어찌됐든 기성 교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교회의 진정한 공동체성에 대한 의미가 재고되는 시점이다.

지난 4월 ‘가나안 성도’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던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이들을 섣불리 교화하려고 하거나 제도권으로 흡수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영적인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것을 기성 교회에서 수용함으로써 교회를 갱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시대적 변화, 신앙에 대한 의식도 달라져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문제는 단순히 한 교회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사항은 아니다. 시대적인 큰 흐름에서 볼 때,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의식은 크게 달라졌고, 이는 교회 구조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의 주장에 따르면, 세계화를 통한 신사고의 유입, 개인주의의 강화는 교인들 사이에도 파고들어 교회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교회의 많은 교인이 ‘교회가 마음에 들지 않고, 목사가 마음에 들지 않고, 성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교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라는 의식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교인 중 76%는 교회는 옮긴 경험이 있었다.

한국 갤럽 조사에 의하면 전체 교인의 3.2%는 교회를 중복해서 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벽기도는 이 교회로, 주일 예배는 본교회로, 주일 저녁예배는 찬양이 좋은 다른 교회로 나간다.

최윤식 박사는 이들을 이른바 ‘신유목 교인(Nomad Christian)’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특정한 건물이 자기를 위한 영원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없이 자기가 속하고 있는 ‘지금’ 옳고 편안한 곳이면 된다는 사고로 교회를 출석한다.

이처럼 현대사회 사람들은 교회보다는 개인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교회를 위한 절대적 헌신, 희생, 충성의 요구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방식대로 조용하게 신앙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는 ‘가나안 성도’ 설문조사에서 교회를 떠난 이유로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를 첫 번째로 꼽은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교회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은 ‘강요받는 신앙’이었다. 집단주의적 요소가 작용하는 교회 안에서 자신의 신앙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한다든지 자신과 같지 않은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이들은 ‘폭력적’이라고 느끼기까지 했다.

‘가나안 성도’에 관한 세미나에서 조성돈 교수(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는 “신앙의 여정에서 의문을 갖게 되고 다른 관점을 제기하게 될 때 교회가 이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모두가 착해야 하고, 정답을 이야기하는 분위기에서 자신의 신앙적 고민을 이야기할 때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한국교회가 하나의 틀 안에서 형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결국 폭력으로 경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양성 가진 개인도 존중하는 공동체 돼야

이에 전문가들은 교회가 집단성이 굳어져있던 제도에서 벗어나 현대사회의 다양한 사고와 자의식을 가진 개인을 품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성돈 교수는 “이들은 강인하게 자신의 종교를 만들고 그것을 용납해 줄 교회와 하나님을 찾고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신앙의 정서적 면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하는 자들이다. 오히려 교회가 자신의 신앙을 받아들여 주고 대화해준다면 참여하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영적 순례의 과정에서 묻고자 할 때, 또 한 번은 기대어 보고자 할 때 마음을 열고 쉼터를 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윤식 박사는 “양적 성장보다는 ‘한 사람’을 우선해야 한다. 고통받는 한 사람, 주변에 있는 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 씨름하고 울어주고 그 사람이 주님 앞에 갈 때까지 인내하며 세워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착기간이 짧으면 목회자의 인격과 영성에 영향을 받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심있게 돌보는 목회자의 능력이 중시된다”며 “현대의 교인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깊은 관심이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가치 즉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교회 안에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로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교회 안의 갱신, 떠난 사람들 돌아올 토양을 만든다

시대적 변화에 따른 외적 갱신 뿐 아니라, 세속화에 젖은 교회의 내부 갱신은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과제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 두 번째는 바로 ‘목회자에 대한 불만’, ‘교인들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교회 안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앙과 삶이 괴리되는 교인들의 모습은 그 교회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공동체로 인식하게 만든다.

최윤식 박사는 “현대의 교인들이 개인주의 신앙으로 빠져드는 데는 ‘신뢰결핍’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갈수록 사람들은 교회가 하는 일에 의심의 시선을 들이댈 것이다. 목회자의 교회 운영을 전처럼 신뢰하지 않으며, 목사나 일부 집단을 위해 헌신이나 봉사를 강요당하고 있지 않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근래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윤리적, 성적 타락 문제, 교회 안에서의 잦은 분쟁과 분열, 이기적인 교인들의 모습은 교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회를 떠난 이들이 다시 가고 싶어하는 교회는 바로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 ‘건강한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교회’다. 이는 복음 안에서 교회가 가져야 하는 본연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교회를 등지게 한 이유는 바로 교회 안에 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도 교회 안에 있다. 뼈를 깎는 갱신으로 교회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노력할 때, 교회를 떠난 이들은 환영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다시 찾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