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큰헤드를 기억하라" vs "세월호를 기억하라"
"버큰헤드를 기억하라" vs "세월호를 기억하라" 2014/04/27 12: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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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사건 때문에 새로운 역사지식 하나가 머릿속에 추가되었다. 다름아닌 "버큰헤드를 기억하라(Remember Birkenhead)"라는 말로 알려진 영국 해군 수송선의 침몰 사건이다. 타이타닉호 이야기는 영화로도 소개되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버큰헤드.."는 그 분야에 종사하거나 매니어가 아니라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지극히 제한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타이타닉처럼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 자체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면 모를까...그런 면에서 "버큰헤드..."를 나같은 사람이 알게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불행으로부터 파생되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다.
몇몇 블로거가 각각 "버큰헤드..."를 소재로 한 글을 올린 것을 읽어봤다. 지엽적인 면에서 서로 다른 내용, 예를 들면 현장을 총 지휘한 사람의 이름이 시드니 세튼 대령과 알렉산더 세튼 중령으로 다르다든지, 총지휘자가 선장(Robert Salmond)이라고도 하고 사령관이라고 하는 면에서 그렇지만 큰 줄거리는 극한상황에서 "살 자"와 "죽을 자"를 명확하게 구별하여 살릴 수 있는 인명을 최대한으로 살리고, 그 기준을 아이, 부녀자, 나이어린 병사 순으로 했다는 점에선 같았다. 그때의 그 일이 후세에 알려져 그런 류의 재난을 당하게 되면 습관적으로 Remember Birkenhead, Remember Birkenhead..라며 서로에게 속삭인다고 한다. 버큰헤드 침몰 때처럼 행동하자는 뜻일게다.
세월호 선장과 버큰헤드의 세튼 중령(또는 대령) 그리고 타이타닉호 선장 스미스를 비교하는 글도 있었다. 그 가운데 구조율이란 통계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 통계에 의하면 세월호의 구조율은 36.5%로 버큰헤드의 30%나 타이타닉의 32%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통계를 절대적 가치로 맹신하는 사람들이 보면 "뭐야..세월호가 버큰헤드나 타이타닉보다 훨씬 더 많이 구조했잖아.."라고 면죄부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통계의 함정 또는 한계를 알면 그런 말(면죄부)은 나올 수 없다. 버큰헤드나 타이타닉은 선장 또는 지휘자의 판단으로 더 많은 인명피해를 대폭 줄인 결과이고, 세월호는 선장의 선두뺑소니로 더 많은 인명구조를 대폭으로 줄인 결과이다. 통계는 결과를 기록한 것에 불과하고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그것이 통계의 함정이기도 하다. 비키니가 모든 걸 다 보여주는 것 같지만, 기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린 것처럼... .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을 방치한 채 자신부터 대피하지 않고 세튼이나 스미스가 한 것의 1/10만 했어도 구조율은 90% 이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면에서 용서받지 못할 처신을 한 것이고, 그런 선장을 기용한 기용자에게도 준엄한 죄과를 치르게 해야 한다. 그나저나 그날 세월호 본래의 선장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세기의 호운아(好運兒)임엔 틀림없다. 그가 그날 선장직을 수행했다면 세튼이나 스미스처럼 했을지 모르지만.. .
"버큰헤드를 기억하라"란 말처럼 "세월호를 기억하라"란 말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처럼 하라" 와 "...처럼 해선 안 된다"는 정반대의 의미지만 둘 모두 교훈적 의미라는 면에선 다름이 없을 것이다. 다만 영국제 교훈이 正義를 바탕으로 한 것에 비해, 한국제 교훈은 不義가 바탕이 되었다는 점이 좀 "거시기"해도 교훈적으론 "세월호를 기억하라"가 더 강렬할지도 모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라는 말처럼 "Sewol drives out Birkenhead"라는 말이 나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