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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공수거 2013. 1. 4. 21:54

 

[신춘문예-시 당선작]하현달 소묘(조선의, 전북 군산) -- 농민신문

          소묘       하현달    

 

한 끝을 힘껏 당겨 가만히 놓으면

다른 한 끝이 길이 된다

 

활시위는 지상을 향해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과녁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다

아직 다 그리지 못한 한쪽 눈썹

마당 모서리에 반쯤 보이는 길고양이 꼬리

뒤꼍 항아리 돌아 핀 흰 철쭉꽃이거나

추녀를 넌지시 들어 올린 풍경소리거나,

어둠이 빛을 좇아 하늘로 오르기 시작하면

비어 있는 그늘에 풀씨들이 날아들어

지상의 벼랑 위에 피는 꽃들은

극한의 향기를 오로라의 남극으로 잇는다지

지하도를 빠져나오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전리층의 프리즘 속으로 사라지고

한 시절 끝 간 데 없이 오로라와 연결된

달빛의 통로를 빠져나오면

활시위의 과녁 위다

피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풍경소리가 추녀 끝 아래쯤에서 멈추기를 기다려

당신의 눈썹으로 달을 그리는 일,

 

그 끝이 다른

한 끝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