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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리 후보 김용준] 3세 소아마비, 19세 司試수석, 75세 총리… 드라마 같은 삶

공수거 2013. 1. 25. 20:06

총리 후보 김용준] 3세 소아마비, 19세 司試수석, 75세 총리… 드라마 같은 삶

  • 김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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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1.25 03:00

    [김용준 누구인가]
    부친 납북… 편모슬하서 자라 -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 다녀
    최연소 판사·장애인 첫 대법관 "난 좀 더 노력한 보통 사람"
    장애인 문제 발벗고 나서 - 1982년 김신 現대법관 등 4명
    장애 이유로 판사 임용 안되자 대법원 찾아가 "나도 사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는 소아마비를 딛고 최연소 판사에 임용됐으며, 장애인으론 처음으로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삶을 살아왔다.

    ◇어머니 등에 업혀 등교

    김 후보자는 1938년 12월 한화그룹의 전신인 조선총포화약주식회사 대표를 지냈던 김봉수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유복한 집안에 태어났으나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또 부친이 6·25전쟁 때 납북되면서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김 후보자는 불편한 다리 때문에 어머니 박영숙씨의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4년 장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내가 자랄 땐 소아마비라고 서울중과 이화여중 외에는 어느 학교도 입학을 허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서울고 2학년 때 검정고시를 치르고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김용준(왼쪽에서 둘째) 국무총리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을 지낼 당시인 1994년 11월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헌재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김 후보자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헌법재판소장을 지냈다.

    이어 대학 3학년이던 만 19세 때 제9회 고등고시(현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했고, 1960년 최연소 판사(만 22세)로 임용됐다. 김 후보자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독점 기업 등 강자의 횡포로부터 더 많은 약자를 보호하는 데 애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가정법원·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1988년 지체장애인으론 처음으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 자신이 장애인임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며 "나는 남보다 조금 더 노력한 보통 사람이다. 누구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94년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엔 곧바로 제2대 헌법재판소 소장에 올랐다.

    ◇장애인 권익보호 앞장서

    김 후보자는 장애인과 비행(非行) 청소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중반 서울가정법원장 시절엔 비행 청소년과 사회 지도자를 연결해주는 소년 자원 보호자 제도를 만들었다. 김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이었던 1982년 김신(대법관)·박은수(전 국회의원) 등 사법연수원 후배 4명이 장애 때문에 판사로 임용되지 못하자, 대법원을 찾아가 "나보고도 사표를 내라는 거냐"며 따졌다. 그 덕에 이 4명은 판사에 임용됐다.

    그가 1976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원 시보로 실무 수습을 했던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김 후보자는 평소 소외된 장애인들을 위해서도 상당히 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해온 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지낸 공로 등을 인정받아 2011년 한국법률문화상을 받았다.

    그는 작년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대선 직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발탁됐다.

    김 후보자는 부인 서채원씨와 사이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두 사위와 장남이 모두 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법조인이다. 부인 서씨와는 판사 초임 시절 도서관에서 만나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이화여대 재학 시절 메이퀸 선발 대회 학과 대표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