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예고한 고액 연금 건보료 부과(年 4000만원 이상 연금소득자 1만2000명),
입력 : 2012.08.27 03:17
[시행 앞두고 막판 보류]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맡은 각 부처 일제 "재검토" 반발
"연금에 건보료는 이중 부과" 선진국 대부분은 연금에 매겨

보건복지부가 오는 9월 1일부터 ①고액의 연금소득이 있으면서 ②직장에 다니는 자녀 등의 피부양자로 얹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료를 물리는 방안을 입법 예고까지 했다가 전·현직 공무원들의 저항에 부딪혀 보류했다. 이 방안으로 건보료를 내게 되는 계층은 주로 고액 연금(월 334만원 이상) 수령자로 고위직 퇴직 공무원·교수·군인 등 1만2000명 정도다. 복지부는 이들을 지역 가입자로 돌려 월평균 건보료 19만2000원을 걷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시행 단계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무산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국방부·교육과학기술부 등 주요 관련 부처가 일제히 반대해 시행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 제도가 유지되려면 고액 연금소득 등에 대한 건보료 부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공무원 벽에 부딪힌 건보 개혁
복지부는 지난 6월 19일 고액 연금 수령자들을 '직장인 피부양자(직장인의 부모 등)'에서 제외하고 지역 가입자로 돌려 건보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직장인 피부양자'의 건보료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2000년 7월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 2006년 12월엔 연간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 4000만원 이상인 사람, 작년 7월엔 재산 과표 9억원 이상인 사람을 피부양자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을 맡고 있는 각 부처는 "공무원연금은 재직 중 납부한 돈을 받는 것으로, 현재 발생하는 소득으로 보기 어렵다(행정안전부)" "군인연금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와 짧은 정년에 대한 생활 보장 성격(국방부)"이라며 "연금 수령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므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복지부에 보냈다. 퇴직 공무원 모임인 공무원연금수급자협회 등에서도 항의가 빗발쳤다. 공무원연금수급자협회는 "재직 중에 이미 월급에서 건보료를 냈는데, 월급에서 뗀 연금에 건보료를 또 내라고 하는 것은 이중 부과"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지난 7월 29일 이 시행규칙에 대한 입법 예고를 마치고도 총리실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장관 공포 등 남은 절차를 밟지 않고 시행을 보류했다.
◇선진국은 대부분 연금에 부과
대신 복지부는 기획재정부가 금융소득 종합 과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을 계기로, 금융소득과 연금소득을 합쳐 일정 금액을 넘는 경우 적정한 건보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소득과 연금소득을 합치려면 국세청의 자료 협조가 필요한데, 국세청이 금융실명제법을 들어 전체 금융소득자 자료 제공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건강보험료를 걷어서 건강보험 재정을 유지하는 다른 나라들은 연금 소득에도 건강보험료를 물리고 있다. 다만 직장에서 은퇴한 연금 수령자에게는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해 부담을 줄여주는 경우가 많다.
핀란드의 경우, 근로자는 월 소득의 2.4%를 건보료로 내지만, 연금 소득자는 월 소득의 1.64%를 낸다. 독일은 연금 수령자에게도 근로자와 동일한 보험료율(8.2%)을 적용해 건보료를 물린다. 그러나 이 돈의 절반은 연금관리기관이 내고, 연금 수령자는 절반만 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