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우등생 내 딸, 교실 몰래 보니 책상밑으로 "헉"

공수거 2013. 3. 27. 22:50

우등생 내 딸, 교실 몰래보니 책상밑으로 `헉`
스마트폰 중독 중학생 8.5%…女가 男의 3배
하루 8시간 손에 쥐고·밥먹다가도 게임·설치한 앱만 30개 넘으면 중독 증상
기사입력 2013.03.27 07:46:26 | 최종수정 2013.03.27 09: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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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의 한 고교생 학부모 A씨는 최근 수준별 상급반에 올라간 자녀의 학교수업을 처음 참관했다가 깜짝 놀랐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겠구나`라고 예상했지만 정작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교실 뒷좌석 대다수 아이들이 수업 중에도 버젓이 스마트폰을 쓰는 모습이었다.

A씨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놨다는 상급반에서, 그것도 학부모가 참관하고 있는 와중에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 교실이 스마트폰으로 무너지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학생들이 수업 중에 문자를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 메신저나 인터넷까지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일부 학생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중독`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26일 발표한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실태 조사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시가 강북ㆍ성북 지역에 거주하는 초ㆍ중ㆍ고교생과 대학생 1600명을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청소년의 5.9%가 중독사용군(群)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의 스마트폰 중독률이 8.3%로 남학생(2.8%)보다 3배나 높았다. 중독사용군은 평일에 평균 7.8시간이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고 주말에는 평균 9.8시간이나 사용했다.

학령별로는 중학생(8.5%)이 초등ㆍ대학생(각 5%), 고등학생(4.7%)보다 중독 성향이 강했다. 학년별로는 초등학교 6학년이 11.8%로 가장 심각했고 중3(9.3%), 중1(8.8%), 중2(7.4%)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스마트폰 중독은 우울이나 불안 성향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한 우울 상태인 경우 중독률이 14.5%에 달했고 가벼운 우울은 7.9%, 정상인 경우는 3%였다. 매우 심한 불안 상태인 경우 중독률은 20.8%, 심한 불안은 13.3%, 가벼운 불안 7.1%, 정상 4%로 각각 나타났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 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휴대폰 관리ㆍ감독에 애를 먹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나무라는 과정에서 서로 승강이가 벌어져 수업 방해가 심심찮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현재 일선 중ㆍ고교에서 등교 때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고 수업 중에 몰래 사용하다가 적발된 학생은 보통 벌점을 부과받고 휴대폰을 2주간 압수당한다. 그러나 고교 교사 B씨는 "벌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데다 휴대폰을 압수당해도 바로 다음날 임대폰을 갖고 오는 아이까지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수거한 후 되돌려주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교사가 학생의 휴대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분실 사례가 많은 것이다. 중학교 교장 C씨는 "휴대폰 분실로 교장과 해당 교사가 절반씩 휴대폰 값을 물어주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며 "마음 같아선 학교 안에 휴대폰이 아예 터지지 않는 장치를 마련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자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영중학교의 경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공동 합의해 지난해 9월부터 학생이 아예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도록 했다. 부득이하게 들고 올 경우 등교 때 자진 신고하면 하교 때 돌려준다.

이 학교 신인호 교장은 "휴대폰을 몰래 소지했다가 적발될 경우 학생의 휴대폰은 압수되며 이게 교사 부주의로 분실되더라도 변상 책임은 교사 대신 학생이 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진우 기자 / 강다영 기자]